천 년의 푸른빛을 굽는 사람들 — 우즈베키스탄 실크로드 도공, 수자르(Sozar)의 이야기

2025. 11. 10. 00:45신기한 해외직업

우즈베키스탄의 리쉬탄(Rishtan) 마을에 들어서면
골목마다 파란색 그릇이 햇살에 반짝이며 걸려 있다.
그 빛은 단순한 유약의 색이 아니라,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실크로드의 기억이다.
이곳에는 여전히 손으로 흙을 빚고, 불로 예술을 완성하는 장인들이 있다.
그들을 사람들은 ‘수자르(Sozar)’, 즉 도자기를 굽는 사람들이라 부른다.
오늘은 이들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한 점의 도자기 속에
어떤 전통과 철학이 담겨 있는지 들여다보자.

천 년의 푸른빛을 굽는 사람들 — 우즈베키스탄 실크로드 도공, 수자르(Sozar)의 이야기


1️⃣ 실크로드의 중심에서 피어난 도자기의 도시, 리쉬탄

리쉬탄은 우즈베키스탄 동쪽 페르가나 계곡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고대부터 실크로드의 요충지였고,
중국의 도자 기술과 페르시아의 문양이 만나는 문화의 교차점이었다.

천 년 전, 리쉬탄의 장인들은
주변 산에서 나는 붉은 점토와 천연 광물 유약을 사용해
지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현 가능한 **‘푸른빛 리쉬탄 도자기’**를 만들어냈다.
그들의 기술은 단순한 수공예가 아니라,
실크로드를 따라 전해진 예술적 교류의 결과물이었다.


2️⃣ 수자르의 하루, 흙과 불의 대화

새벽이 밝기도 전에 수자르는 흙을 만진다.
그는 도자기를 ‘만든다’고 말하지 않는다.
“흙과 대화한다”고 표현한다.
흙의 질감, 수분, 온도 — 그 모든 요소가 오늘의 작품을 좌우한다.

그가 만든 그릇이나 접시는 곧바로 불로 들어간다.
리쉬탄의 전통 가마는 나무 연료로 불을 피운다.
온도는 섭씨 1000도를 훌쩍 넘지만,
수자르는 오랜 경험으로 ‘색이 완성되는 순간’을 감각으로 느낀다.

유약에는 인공 재료가 없다.
모두 산에서 얻은 천연 광물을 갈아 만든다.
코발트의 푸른색, 구리의 녹색, 철의 붉은 빛이
불 속에서 섞이고 변하며 하나의 문양으로 피어난다.
이 과정을 수자르들은 “불의 춤”이라 부른다.


3️⃣ 손끝에서 이어지는 문양, 세대를 잇는 예술

리쉬탄 도자기의 문양은 단순히 장식이 아니다.
나선형 무늬는 바람을,
잎사귀는 생명을,
점선은 사람의 운명을 의미한다.

이 문양은 세대를 거쳐 전해진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수자르의 집에는 늘 작은 가마가 있고,
그 옆에서는 아이들이 흙을 만지며 전통을 배운다.

최근에는 여성 도공의 수도 늘고 있다.
그들은 섬세한 손길로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새로운 리쉬탄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4️⃣ 도자기, 다시 실크로드를 걷다

오늘날 리쉬탄의 도자기는 다시 세계로 향하고 있다.
유럽, 한국, 일본의 공예 시장에서도
그 고유의 ‘청록빛 유약’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관광객들은 장인의 공방을 방문해
직접 흙을 만지고, 유약을 바르고, 작은 그릇을 구워보기도 한다.
수자르의 작업장은 단순한 생산지가 아니라,
전통을 체험하고 공유하는 문화의 현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이러한 장인 문화를
‘무형문화유산’으로 보호하고, 국제 전시를 통해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