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6. 03:17ㆍ신기한 해외직업
조지아는 단순히 와인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그곳은 ‘와인을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 부르며,
포도나무를 신성하게 여기는 문화를 지금까지도 지켜오고 있다.
조지아 사람들이 와인을 빚는 방식은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데,
그 중심에는 바로 ‘크베브리(Qvevri)’라는 흙 항아리가 있다.
이 항아리를 손으로 빚는 크베브리 장인(Qvevri Maker) 은
조지아 와인 산업의 숨은 주역이다.
그들의 손끝은 단순히 흙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수천 년 전부터 이어온 전통을 현재로 잇는 문화의 유산이기도 하다.
🏺 크베브리란 무엇인가?
‘크베브리(Qvevri)’는 조지아 전통 와인 제조에 사용되는 커다란 점토 항아리다.
크베브리는 지하에 묻어 와인을 발효하고 숙성시키는데,
이 독특한 방식은 8,000년 전부터 전해져 온 세계 최古(최고)의 와인 양조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는 2013년,
“조지아 크베브리 와인 제조 전통”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이는 단순한 주류 산업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흙, 시간의 조화를 상징하는 문화로 평가받고 있다.

👨🏭 크베브리 장인의 하루
크베브리 제작은 공장 생산이 불가능한 전통 수작업이다.
하나의 항아리를 완성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리며,
모든 과정은 장인의 손과 경험에 의존한다.
주요 과정
1️⃣ 점토 채취 – 조지아 동부 지역의 붉은 점토를 직접 채굴
2️⃣ 점토 정제 및 반죽 – 이물질 제거 후 손으로 반죽
3️⃣ 형태 만들기 – 하루에 5cm씩 겹겹이 쌓아올리며 둥근 항아리 형성
4️⃣ 건조 & 가마 굽기 – 자연 건조 후 1,000도 이상의 열로 굽기
5️⃣ 내부 밀봉 – 송진(Resin)으로 항아리 내부를 코팅하여 누수 방지
크베브리 한 개의 무게는 약 800kg에 달한다.
한 번 잘못 굽히면 수개월의 노력이 무너진다.
그래서 장인들은 굽는 온도와 습도를 직감적으로 느끼는 감각을 갖고 있다.
🍇 크베브리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와인
크베브리에서 숙성된 와인은 금빛이 돌고,
자연 효모가 살아 있어 복합적인 향을 낸다.
스테인리스 통에서 만든 와인보다 향이 깊고 질감이 부드럽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와인을
조지아에서는 ‘암버 와인(Amber Wine)’ 이라 부른다.
이 와인은 최근 유럽 미식가들 사이에서 ‘자연주의 와인의 정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즉, 크베브리 장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항아리 하나가
조지아 와인의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결정짓는 셈이다.
🌍 왜 조지아에서만 가능한 직업일까?
조지아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 코카서스 산맥 아래 위치한 나라다.
이 지역의 토양이 점토질로 풍부하고, 기후가 온화하며 포도 재배에 적합하다.
또한 사람들은 세대를 거쳐 와인 제조법을 가족 단위로 전승했다.
그 결과,
“와인을 빚는 사람은 흙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철학이 생겨났다.
바로 그 철학이 크베브리 장인이라는 직업을 탄생시켰고,
지금도 조지아의 시골 마을에서는 이 일을 가업으로 잇는 집안이 존재한다.
💰 크베브리 장인의 경제적 가치
최근 유럽 와인 시장에서는 ‘핸드메이드 크베브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조지아 현지 장인은 한 개당 약 2,000~5,000달러(한화 300~700만 원) 에 판매할 수 있다.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와이너리들이 조지아산 크베브리를 수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도예가 아니라,
문화와 전통을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 흙과 시간으로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
조지아의 크베브리 장인은 ‘와인의 근원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들은 흙을 만지고 불을 다루며, 시간을 저장한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손끝의 감각과 세대의 기억이
오늘날 조지아 와인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한 병의 와인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손의 흔적이 담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조용히 흙을 빚는 크베브리 장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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