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6. 02:30ㆍ신기한 해외직업
맛을 구별하는 사람들의 세계
사람은 누구나 맛을 느끼지만, 그 맛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위스의 치즈 감별사와 한국의 전통주 감별사는
혀로 문화의 역사를 기록하고, 코로 세대의 향을 구분한다.
그들의 일은 단순히 ‘맛을 본다’가 아니다.
그건 수백 년의 기술을 감각으로 이어받는,
시간의 향기를 감별하는 직업이다.
1. 스위스 치즈 감별사 – 향과 구멍으로 시간을 읽는 사람
스위스의 치즈 감별사(Cheese Affineur)는
치즈가 숙성되는 과정을 ‘눈, 코, 손’으로 관리한다.
그들은 치즈의 향을 맡아 숙성 정도를 판별하고,
표면의 질감과 내부의 구멍 크기로 완성도를 판단한다.
치즈 한 덩어리를 평가하기 위해 감별사는
보통 5년 이상의 훈련을 거친다.
치즈의 냄새는 단순히 향이 아니라,
우유의 종류, 숙성 시간, 저장 환경의 ‘기억’이다.
“치즈는 시간의 냄새를 품고 있다.
그리고 감별사는 그 시간을 후각으로 읽는다.”
그들은 하루에도 수십 가지 치즈를 맡으며
‘언제, 어떤 지역의 목초를 먹은 젖소의 우유로 만들어졌는가’를
향 하나로 구분해낸다.
이건 단순한 미각이 아니라, 감각의 기술이다.
2. 한국의 전통주 감별사 – 향으로 역사와 혼을 읽는 사람
한국의 전통주 감별사는
‘술의 맛’보다 발효의 숨결을 감별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누룩 향, 쌀의 질감, 숙성의 온도로 술의 완성도를 판정한다.
한 모금의 전통주에는
땅의 온도, 물의 미네랄,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녹아 있다.
그래서 감별사는 술의 ‘향’을 맡는 순간
그 술이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졌는지까지 감으로 느낀다.
“전통주는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시간이 빚은 것이다.”
그들의 코는 미세한 단맛과 신맛의 차이를 구별하고,
혀는 쌀의 품종에 따라 달라지는 질감을 기억한다.
전통주 감별사는 그래서 단순한 전문가가 아니라
맛의 역사학자다.
3. 감각의 철학 – 치즈와 술의 공통점
치즈 감별사와 전통주 감별사는 서로 다른 나라의 직업이지만
그들의 세계에는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
첫째, 둘 다 ‘시간을 맛본다’.
치즈는 숙성의 시간, 술은 발효의 시간을 통해 완성된다.
둘째, 그들은 기계보다 정직하다.
온도계나 데이터보다 감각과 경험으로 품질을 판별한다.
셋째, 그들의 일은 예술이다.
감별사는 단순한 검사자가 아니라,
맛을 통해 문화를 이어가는 ‘문화 번역가’다.
4. 산업 속의 감정 – 사라지지 않는 이유
오늘날 많은 공장은 자동화로 품질 검사를 진행하지만,
치즈와 전통주의 세계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기계는 수치를 읽을 수 있어도,
향의 따뜻함과 발효의 온도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감별사는
치즈 한 덩어리의 온도를 손끝으로 확인하며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한국의 전통주 감별사는
술 향의 변화로 계절의 온도 차이를 읽는다.
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감각으로 시간을 읽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같은 부류다.
결론
스위스 치즈 감별사와 한국의 전통주 감별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문화의 향을 지킨다.
치즈의 향 속에는 유럽의 들판이,
전통주의 향 속에는 한국의 논이 있다.
기계가 데이터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맛의 기억은 인간만이 읽을 수 있다.
감별사란 결국,
세상을 ‘숫자’가 아니라 ‘향’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신기한 해외직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로라 추적 가이드 – 북극의 빛을 좇는 사람들 (0) | 2025.10.08 |
---|---|
돈보다 열정으로 사는 직업 7가지 (0) | 2025.10.06 |
정글의 소리 번역가 – 새와 대화하는 남자 (0) | 2025.10.06 |
심해 청소부 – 바다 밑에서 쓰레기를 줍는 직업이 있다 (0) | 2025.10.06 |
사막의 별 가이드 – 별빛을 해석하는 직업 (0) | 2025.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