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7. 20:11ㆍ신기한 해외직업
카이로의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유리 조각 사이로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인다.
그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유리 블로워(Glass Blower) 들의 손끝이다.
불길 위에서 녹아내리는 유리를 입김으로 불어내며,
순식간에 병과 잔, 장식품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고대 마법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집트의 유리 블로워들은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여전히 손으로 불을 다루는 사람들로 남아 있다.
그들의 작업은 단순한 제조가 아니라,
빛과 공기의 조화를 완성하는 ‘예술’에 가깝다.

1. 고대 파라오 시대부터 이어진 유리의 역사
이집트에서 유리 제작은 무려 기원전 1500년경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파라오 왕들은 색유리로 장식된 병과 보석을 애용했다.
그 기술은 왕실에서만 허락된 귀한 예술이었다.
오늘날 이집트의 유리 블로워들은 그 기술을 현대에 맞게 계승하며,
여전히 손의 감각만으로 형태를 빚는 전통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2. 유리 블로워의 하루, 불과 호흡의 싸움
이집트의 유리 블로워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일한다.
아침 일찍 화로에 불을 지피고, 유리 원료를 녹이기 시작한다.
뜨겁게 달궈진 유리를 쇠파이프 끝에 감아 입으로 불어내며 형태를 만든다.
이때 불의 온도와 호흡의 강도가 결과물을 좌우한다.
조금만 세게 불어도 터지고, 약하면 형태가 망가진다.
이 작업은 마치 불과 인간의 대화처럼, 정밀한 감각의 세계다.
3. 카이로 시장의 유리 예술
카이로의 칸 엘 칼릴리(Khan el-Khalili) 시장에서는
유리 블로워들이 만든 화병, 조명, 장식품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전통적인 램프 모양의 향초 홀더는
이집트를 대표하는 인기 수공예품이다.
관광객들은 직접 유리 블로잉 과정을 구경하며,
‘내가 보는 순간 완성되는 예술’을 경험하게 된다.
4. 현대화 속에서 사라지는 기술
하지만 안타깝게도, 젊은 세대는 점점 이 전통 직업을 잇지 않는다.
값싼 공장 생산품이 시장을 점령하면서
수공예 유리의 가치는 줄어들고 있다.
몇몇 장인들은 관광 체험 프로그램을 열어
이 기술을 알리려 애쓰고 있지만,
이제는 보존이 필요한 무형유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5. 불로 예술을 남기는 사람들
유리 블로워는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불’을 다루며 공기와 빛을 형태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손끝에서 만들어진 유리는 세월이 흘러도 깨끗한 빛을 간직한다.
그들의 예술은 이집트의 역사 속에서,
지금도 조용히 숨 쉬며 사람들의 마음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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